비문증(飛蚊症)
-도배일기 39
강병길
벽은 갈라진다
벽은 틈을 내며 벌어진다
버틸 수 있을 만큼만 견디고 허물어지게 된다
정직한 균열 사이로 버려진 햇살에 눈을 다친다
해는 나를 뚫고 지나갔으나
나는 해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 후로 검게 탄 겨자씨
혹은 부석사 안양루 공포 빈 부처의 잔상처럼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비문을 비밀스런 글자로 이해하는 나는
해석할 수 없는 글씨를 읽고 또 읽는다
눈을 뜨면 허공을 떠다니는 거추장스러운 현상을
무심하게 읽어간다
*시집 『도배일기』에서/ 도서출판 지혜 펴냄
*강병길/ 경기도 이천 출생, ‘사람과 시’, ‘중원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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