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시티
정숙자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간혹
아주 간혹
있었다
대개 허수였다
그들은 반짝거렸지만 알 수 없었다
눈 어딘가 알 수 없음을 품고 알 수 없는 사이 스며들었다
파릇한 손이라도 나눠 갖는 저녁이면 한층 무거운 내일이 왔다
사람사람이 (알 수 없음이) 알 수 있음이 되어갈 무렵
그들은 불현듯 어둑한 패를 펼치곤 했다
모든 이들이 모두 사람인 줄 알았던 때
(언제라도 꼭)
이곳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
했었다
천사란 정말 날개 돋친 종족일까?
무차원적 신체, 과연 인간으로선 가닿을 수 없는 존재일까?
감겼다, 오해였다
천사란 변질되지 않는 보통의 인간, …이다
아무리 척박할지라도 인간이 곁에 있다면 이 지구는 손색없다
인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간혹
아주 간혹
있었다
한때 천사가 아니었던 얼굴은 없다
유령이 출몰하는 만큼 도시의 빈혈, 깊어진다
*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2015-겨울호 <신작시>에서
* 정숙자/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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