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유령시티/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5. 12. 4. 13:08

 

 

    유령시티

 

     정숙자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간혹

  아주 간혹

 

  있었다

 

  대개 허수였다

  그들은 반짝거렸지만 알 수 없었다

  눈 어딘가 알 수 없음을 품고 알 수 없는 사이 스며들었다

 

  파릇한 손이라도 나눠 갖는 저녁이면 한층 무거운 내일이 왔다

  사람사람이 (알 수 없음이) 알 수 있음이 되어갈 무렵

  그들은 불현듯 어둑한 패를 펼치곤 했다

 

  모든 이들이 모두 사람인 줄 알았던 때

  (언제라도 꼭)

  이곳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

 

  했었다

 

  천사란 정말 날개 돋친 종족일까?

  무차원적 신체, 과연 인간으로선 가닿을 수 없는 존재일까?

  감겼다, 오해였다

  천사란 변질되지 않는 보통의 인간, 이다

 

  아무리 척박할지라도 인간이 곁에 있다면 이 지구는 손색없다

 

  인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간혹

  아주 간혹

 

  있었다

 

  한때 천사가 아니었던 얼굴은 없다

 

  유령이 출몰하는 만큼 도시의 빈혈, 깊어진다

 

 

  *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2015-겨울호 <신작시>에서

  * 정숙자/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