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국면
정숙자
순간이 순간을 뺏어간다
순간순간이 아니라면 무엇이 과연
그것을 앗아갈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구르는 강
어쩔 수 없는,
우리는 모두 여럿의 눈을 가지고 있다. 날카로운 눈, 싱거운 눈, 짚이지만
참는 눈, (그 외에도) 왼쪽으로 여민 눈, 정면 지향의 눈, 화살쯤 느긋이 뽑
아내는 눈… 그 많은 눈을 하나로 뭉치면 어쩔 수 없는 국면이 눈에 고인
다.
벗어나야겠지
이 국면에서
둘, 또는 외떡잎식물이 시야를 연다. 반성의 잎눈 산발적으로 움튼다. 지
금은 늘 과거니까. 과거이면서 앞이니까, 끊임없이 물결치니까. 어쩔 수 없
는 눈… 어서어서 '수습'을 발명해야지. 예측할 수 없는 4차선 도로 위
제2국면은 노출된다
느닷없이 엉킨다
그것은 모순, 그것은 절정, 그것은 새로운 관계의 신호. 하지만 그것도 잠
시. 우리의 4차선 도로 위에는 날개 달린 사슴이 뛰어든다. 그러나 이미 그
사슴은 사슴이 아니다. 악마와 대면한다. 또, 또, 또 말려들 수밖에 없다.
이 국면 훼손하는 제2국면
어쩔 수 없는 눈
우리가 흐르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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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2015-겨울호 <예술가 신작시>에서
* 정숙자/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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