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제2국면/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5. 12. 3. 00:41

 

 

    제2국면

 

     정숙자

 

 

  순간이 순간을 뺏어간다

  순간순간이 아니라면 무엇이 과연

  그것을 앗아갈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구르는 강

 

  어쩔 수 없는,

 

  우리는 모두 여럿의 눈을 가지고 있다. 날카로운 눈, 싱거운 눈, 짚이지만

참는 눈, (그 외에도) 왼쪽으로 여민 눈, 정면 지향의 눈, 화살쯤 느긋이 뽑

아내는 눈 그 많은 눈을 하나로 뭉치면 어쩔 수 없는 국면이 눈에 고인

다.

 

  벗어나야겠지

 

  이 국면에서

 

  둘, 또는 외떡잎식물이 시야를 연다. 반성의 잎눈 산발적으로 움튼다. 지

금은 늘 과거니까. 과거이면서 앞이니까, 끊임없이 물결치니까. 어쩔 수 없

는 눈 어서어서 '수습'을 발명해야지. 예측할 수 없는 4차선 도로 위

 

  제2국면은 노출된다

 

  느닷없이 엉킨다

 

  그것은 모순, 그것은 절정, 그것은 새로운 관계의 신호. 하지만 그것도 잠

시. 우리의 4차선 도로 위에는 날개 달린 사슴이 뛰어든다. 그러나 이미 그

사슴은 사슴이 아니다. 악마와 대면한다. 또, 또, 또 말려들 수밖에 없다.

 

  이 국면 훼손하는 제2국면

  어쩔 수 없는 눈

 

  우리가 흐르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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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2015-겨울호 <예술가 신작시>에서

  정숙자/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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