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열린시학상|시부문|김인숙_자선대표작>
꽃 속의 얼굴
김인숙
꽃을 들곤
다음 생으로 건너갈 수 없다는데
꽃 속에 묻혀 있는 저 여인은
지금 어느 세상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걸까
조화(弔花)와 조화 사이,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불의 통로에서
오직 망자(亡者)만이 바쁘고
망자만이 웃는다
슬픔은 남겨진 자의 몫이라는 걸
꽃들도 이미 아는지
저마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웃는 영정 앞에서
울음마저 태워 보내야 하는 게 삶이라면
몸속 깊이 각인된 저 화농은
어쩌란 말인가
이미 세상 밖으로 엎질러진 슬픔인데
화장의 시간은 왜 자꾸 밀리나
저승길, 지루한 낙화처럼 정체되고
꽃 속의 여인은 상주의 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토록, 백 년 전의 얼굴로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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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시학』2015-겨울호 <제7회 열린시학상 시부문 자선대표작>에서
* 김인숙/ 201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작품상 외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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