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꽃 속의 얼굴/ 김인숙

검지 정숙자 2015. 12. 2. 02:29

 

 

   <제7회 열린시학상시부문김인숙_자선대표작> 

 

 

    꽃 속의 얼굴

 

     김인숙

 

 

  꽃을 들곤

  다음 생으로 건너갈 수 없다는데

  꽃 속에 묻혀 있는 저 여인은

  지금 어느 세상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걸까

 

  조화(弔花)와 조화 사이,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불의 통로에서

  오직 망자(亡者)만이 바쁘고

  망자만이 웃는다

  슬픔은 남겨진 자의 몫이라는 걸

  꽃들도 이미 아는지

  저마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웃는 영정 앞에서

  울음마저 태워 보내야 하는 게 삶이라면

  몸속 깊이 각인된 저 화농은

  어쩌란 말인가

 

  이미 세상 밖으로 엎질러진 슬픔인데

  화장의 시간은 왜 자꾸 밀리나

  저승길, 지루한 낙화처럼 정체되고

  꽃 속의 여인은 상주의 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토록, 백 년 전의 얼굴로 환하다

 

     ------------------------

  *『열린시학』2015-겨울호 <제7회 열린시학상 시부문 자선대표작>에서

  * 김인숙/ 201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작품상 외 다수 수상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령시티/ 정숙자  (0) 2015.12.04
제2국면/ 정숙자  (0) 2015.12.03
국지성 안개/ 정다인  (0) 2015.12.02
캔버스 3_ 푸른 햄버거/ 김경희  (0) 2015.11.30
채석강, 강물소리/ 정영숙  (0) 201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