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먼지 날개/ 금시아

검지 정숙자 2015. 12. 8. 19:29

 

 

    먼지 날개

 

    금시아

 

 

  한 줄기 빛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나를 사선으로 자른다

  빛의 기둥 하나 깊숙이 박힌다

 

  눈꺼풀 속의 잠결은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숨고 빛의 원통 속으로 수많은

별빛들이 먼지처럼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다

 

  빛의 기둥은 나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먼지는 닻을 내린 듯 웅크리고 있

는 사선으로 툭 잘린 내 몸을 타고 애벌레처럼 올라온다

 

  내 온몸에 솜털 같은 먼지 날개 돋는다

  살아 있다면, 날갯짓이다

  꿈틀거리는 날개는 꿈을 꿀 수 있지

  눈은 더욱 초롱초롱하겠지

 

  사냥꾼의 총신 끝에서 파르르 떠는 속눈썹 같은 날갯짓,

  보이는 곳만 살아있다면 보이지 않는 날개는 죽은 것일까

 

  벌떡 일어나 커튼을 젖힌다

  온 방 구석구석에 햇빛을 투사한다

  내 몸이 재빨리 봉합된다

  눈부신 정적, 그 많던 날개는 어디로  갔을까

 

  사물의 뿌리들은 어둠 속으로만 파고들고 구석을 들춰보면 은밀한 곳에서

  보일 듯 말 듯 먼지들 어느새 날개 접은 하루살이처럼 나뒹군다

 

  먼지는 죽고 나서야

  장렬하게 뭉치는 습성이 있다

 

  사람의 죽음은 스미거나 날아가고

  먼지의 날갯짓은

  '난파, 혹은 최고의 상실'*에 이르는 입적이다

 

   * '말라르메의 시 「짓누르는 구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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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2015-겨울호 <예술가 신작시>에서

  *  금시아/ 2011년 <여성조선문학상> 대상, 2014년『시와표현』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