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을 위하여
김현숙
나, 밥그릇
밥보다 많은 눈물이 찰랑거렸다
식솔과 먹고 사는 일
짧은 개미다리로 바삐 뛰다가
땡볕에선 목마른 매미울음을 쏟았다
가끔 밖에서 받는 따뜻한 밥상머리에서는
순한 가시, 두 아들 목구멍에 딱 걸렸다
아직도 밥은 나의 천적이다
선생 놓은 지가 언젠데
그 바른 말이란 걸 들이대자면
밥이 밥그릇을 쿡 찌르며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날, 더 이상 나를 가두지 않았다
밥을 밀어제친 목소리
폭탄 한 개가
세상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힘준 목을 꺾고 바닥에 툭 떨어졌다
눈치에 절은 그릇을 공복의 햇살로 닦는다
안아달라는 풀꽃 맑은 몸들과 눈이 마주치자
빈 속이 짜르르 부풀어오른다
참 오랜만이다
*시집『물이 켜는 시간의 빛』에서/ 2007.9.1 <한누리미디어>초판 발행
2010.12.1 <한누리미디어>재판발행
*김현숙/ 경북 상주 출생, 1982년『월간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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