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청동물고기/ 임연태

검지 정숙자 2010. 12. 28. 00:45

 

   청동물고기

    -월롱산 일화(逸話) 5


    임연태



  월롱산 용상사 명부전 추녀 끝 

  청동물고기 허공에 입 벌리고 있는 까닭을

  누구에게 묻기도 쑥스럽고

  경전 뒤적여 찾아낼 재간도 없어

  그저 궁금한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하던 터였는데

  보름달 환한 밤에 화들짝

  그 까닭 보았다.


  떨그렁 떨그렁 하염없던 풍경소리

  하늘을 돌고 돌다가

  여의주 같이 환한 달 떠오르자

  한입에 덥석 낚아채더니

  떨그렁 떨그렁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으로 흐르는 달빛에 풍경소리


  그 반짝이는 찰나의 법거량을

  도솔천 내원궁 미륵님이 알아보고

  씨~익 미소 지으니

  텅 빈 월롱산에 소쩍새만 소쩍소쩍

  농월(弄月)하는 밤이었다.


  

  *시집『청동물고기』에서/ 2010.11.30 <도서출판 황금알>펴냄

  *임연태/ 경북 영주 출생, 2004『유심』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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