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밥그릇을 위하여/ 김현숙

검지 정숙자 2010. 12. 26. 01:39

 

  밥그릇을 위하여


    김현숙



  나, 밥그릇

  밥보다 많은 눈물이 찰랑거렸다


  식솔과 먹고 사는 일

  짧은 개미다리로 바삐 뛰다가

  땡볕에선 목마른 매미울음을 쏟았다

  가끔 밖에서 받는 따뜻한 밥상머리에서는

  순한 가시, 두 아들 목구멍에 딱 걸렸다

  아직도 밥은 나의 천적이다

  선생 놓은 지가 언젠데

  그 바른 말이란 걸 들이대자면

  밥이 밥그릇을 쿡 찌르며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날, 더 이상 나를 가두지 않았다

  밥을 밀어제친 목소리

  폭탄 한 개가

  세상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힘준 목을 꺾고 바닥에 툭 떨어졌다


  눈치에 절은 그릇을 공복의 햇살로 닦는다

  안아달라는 풀꽃 맑은 몸들과 눈이 마주치자

  빈 속이 짜르르 부풀어오른다

  참 오랜만이다

 

 

  *시집『물이 켜는 시간의 빛』에서/ 2007.9.1 <한누리미디어>초판 발행

                                                     2010.12.1 <한누리미디어>재판발행       

  *김현숙/ 경북 상주 출생, 1982년『월간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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