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최정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던 날
귓속으로 경고등이 지나가고 있었지
도넛이 빨갛게 튀겨지고
턴테이블에서 경음악이 흔들렸지
귓속으로 구급차가 달릴 때
엔진 소리가 방충망에
건조대에
내 깊은 머리를 통과하는 중이었지
모래밭에서 시동을 걸었지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을 달리고
자정 넘은 고속도로에서
스포츠카를 타고 스카치를 마셨지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불렀지
새벽을 사이에 두고
가슴에서 내 첫사랑을 끌어내고
방을 좌우로 흔들어댔지
살얼음 낀 달빛을 목에 두르고
붉은 가슴을 파헤치고 있었지
그의 어깨에 기대어 쨍그랑,
유리컵에 떠 있는 나를 깨뜨렸지
*시집『일식』에서/ 2010.11.12 <도서출판 고요아침> 펴냄
*최정애/ 강원도 강릉 출생
1998년『수필과 비평』으로 수필-등단
2001년『시현실』로 시-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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