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돌이 핀다/ 최정애

검지 정숙자 2010. 12. 20. 02:25

 

 


   돌이 핀다


    최정애



  돌멩이를 던졌는데 꽃 한 송이가 피고 있다 꽃을 피우며 돌은 호수 가득 적막을 밀어내고 있다 물이 한 겹 한 겹 껍질을 벗는다 어제의 빗물을 흘리다가 바람의 뼈대를 쏟아낸다 붉은 공기가 팽창하는 틈새에서, ‘돌이 살아 있나 봐’ 돌멩이 한 알의 숨소리를 듣는다 물의 경계를 가르며 나는


  청색 나무 서 있는 나무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물비린내가 수면을 기어오르는 아침, 푸른 절벽이 발목을 부수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몸이 가라앉고 있지만 모래가 숨 쉴 때마다 수천 개의 물방울이 튀어나온다 호수가 큰 꽃으로 피어나는 순간, 내 몸으로 꽃망울들이 하나씩 달라붙고 있었다



  *시집『일식』에서/ 2010.11.12 <도서출판 고요아침> 펴냄

  *최정애/ 강원도 강릉 출생

           1998년『수필과 비평』으로 수필-등단

           2001년『시현실』로 시-등단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그릇을 위하여/ 김현숙  (0) 2010.12.26
이명/ 최정애  (0) 2010.12.20
청마와 춘수/ 강희근  (0) 2010.12.19
생애/ 강희근  (0) 2010.12.19
투투섬에 안 간 이유/ 김영찬   (0) 201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