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와 춘수
-두 시인에 관해 논문을 쓴 뒤
청마와 춘수는 많이 다르다
한 사람이 바다라면
한 사람은 뭍이다
청마가 살았던 집
그 집은 약봉지 냄새가 났다
춘수가 살았던 집
그 집은 꽃잎 버는 냄새가 났다
청마는 시를 쓸 때 약 달이듯이 쓰고
춘수는 시를 쓸 때 꽃구경 가듯이 쓴다
그래서
청마의 시에는 생명이 쿨룩거리는 소리
나고
춘수의 시에는 꽃에다 이름 붙이는 소리
난다
아, 청마가 결혼식을 올릴 때
올리며 인생을 시작할 때
유치원 생 춘수가 화동(花童)이 되어 꽃을 바친 것
통영에 가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아는 사람은 말할 때 시인이 된다
꽃다발이 된다
*시집『새벽 통영』에서/ 2010.1.30 <도서출판 경남> 펴냄
*강희근/ 경남 산청 출생,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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