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청마와 춘수/ 강희근

검지 정숙자 2010. 12. 19. 01:19

 

    청마와 춘수

     -두 시인에 관해 논문을 쓴 뒤



  청마와 춘수는 많이 다르다

  한 사람이 바다라면

  한 사람은 뭍이다


  청마가 살았던 집

  그 집은 약봉지 냄새가 났다

  춘수가 살았던 집

  그 집은 꽃잎 버는 냄새가 났다


  청마는 시를 쓸 때 약 달이듯이 쓰고

  춘수는 시를 쓸 때 꽃구경 가듯이 쓴다


  그래서

  청마의 시에는 생명이 쿨룩거리는 소리

  나고

  춘수의 시에는 꽃에다 이름 붙이는 소리

  난다


  아, 청마가 결혼식을 올릴 때

  올리며 인생을 시작할 때

  유치원 생 춘수가 화동(花童)이 되어 꽃을 바친 것

  통영에 가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아는 사람은 말할 때 시인이 된다

  꽃다발이 된다



  *시집『새벽 통영』에서/ 2010.1.30 <도서출판 경남> 펴냄

  *강희근/ 경남 산청 출생,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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