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못하는 시간들이 신발 앞에 서 있다
송진
그가 바다로 가는 버스에 오르기 위해
출입구를 빠져나간 건 오후 네 시 이십팔 분
그의 무릎까지 오는 검은 외투의 갈색단추는
포획할 목표물을 발견한 너구리처럼
그의 단단하고 굵은 손목의 푸른 정맥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꼬불거리는 골목길 같은 아이스크림을 쥐고 뛰어오던 남자 아이가
그의 검은 머리에 부딪혀 쓰러졌고
꼬불거리는 골목길은 그의 커다란 발자국 밑으로 들어갔고
그 때 그 아이의 얼굴 표정이란 얼마나 잔인한 현실인가,
처음 만난 (그것도 예기치 않게) 검은 외투에 부딪혔고
손 안에 든 시간과 입 안의 달콤함과 사랑스러운 발걸음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두 무릎을 꿇고
쌍꺼풀 없는 두 눈이
고개를 돌려 고속버스에 오르는 그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버스가 출발한 건 정확하게,
귀 밑 오 센티미터 단발 거리카락 길이 같은 네 시 삼십 분.
이 분 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쌍꺼풀 없는 남자아이의 손바닥에서는,
*『다층』 2015 - 여름호 <다층시단>에서
* 송진/ 부산 출생, 1999년 『다층』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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