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정화의 시(詩)/ 이원오

검지 정숙자 2015. 7. 25. 17:40

 

 

      정화의 시(詩)

 

      이원오

 

 

  이 유전자는 피와 동반하여 왔다

  몸에 배인 긴 피의 행렬은 몸에만 있지는 않다

  갑골이라고 붙여진 짐승의 뼈에서 피의 암호를 찾아낸다

  창을 들고 에워싸며 호랑이와 싸우는 것을 놀이(戱)라 하였으니

  이 유전자의 근본은 야생이다

  회자수가 살아있는 사람을 칼로 내리쳐 육장(肉醬)을 만들고 있다

  피가 사방으로 튄다 야만이다

  갓 태어나 피가 묻어있는 아기를 삼태기 속에 넣어 내다 버린다

  야만의 다른 말이다

  몸엔 야생과 야만의 피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유전자를 정화하려면 시로 씻을 수밖에 없다

  시는 그러므로 야만의 피라고 읽혀진다

  그 먼먼 청동기시대의 시경(詩經)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피는 튀었고, 번졌으며, 맑아지고 있다

  정화의 시다

 

   *『시와표현』 2015 - 여름호 <신작시 광장시단>에서

   *  이원오/ 2014년 『시와소금』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