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과수원
이세진
수천만 마리 벌들
웅성거리며
이 꽃 저 꽃 속으로
종횡무진 달콤한 향기를 딸 때
나는 풍년을 기원하며 잡초를 뽑는다
멱살 잡고 당기듯
끙끙거리며 엎드려 잡아당기는 잡초
손에 푸른 물이 드는데 주위가 훤하다
심술궂은 바람이
옷깃 들추듯 나무 이파리 들추면
햇살이 잡싸게
나무 아래로 뛰어내리기도 하고
간혹 숨기도 하는 과수원
웅성거리던 벌들의 밀도가 점점 낮아져 갈 때
굽은 등을 펴는데
어둠 속으로
하나 둘
걸어가는 사과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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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 2015 - 여름호 <다층시단>에서
* 이세진/ 경북 안동 출생, 2013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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