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숨/ 진란

검지 정숙자 2024. 5. 7. 01:58

<2023, 제16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中

 

   

 

    진란

 

 

  미운 사람 없기, 지나치게 그리운 것도  없기, 너무 오래 서운해하지 말기, 내 잣대로 타인을 재지 말기, 흑백논리로 선을 그어놓지 말기, 게으름 피우지 말고 걷기, 사람에 대하여 넘치지 말기, 내 것이 아닌 걸 바라지 말기, 얼굴에 검정색깔 올려놓지 말기, 미움의 가시랭이 뽑아서 부숴버리기, 그냥 예뻐하고 좋아해 주고 사랑하기, 한없이 착하고 순해지기

 

  바람과 햇볕이 좋은 날 자주 걸을 것

  마른 꽃에 슬어 논 햇살의 냄새를 맡을 것

  그립다고 혼자 돌아서 울지는 말 것

  삽상한 바람 일렁일 때 누군가에게 풍경 하나 보내줄 것

  잘 있다고 카톡 몇 줄 보낼 것

  늦은 비에 홀로 젖지 말 것

  적막의 깃을 세우고 오래 걸을 것

    -전문(p. 145)/ 수상시집 『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

    * 심사위원: 문효치  김정임  이채민(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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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4-봄(93)호 <제16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에서

 * 진란/ 1959년 전북 전주 출생, 2001년 계간『시하늘』에 「낙화」 발표에 이어, 2002년 계간『주변인과 詩』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혼자 노는 숲』『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