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6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中
숨
진란
미운 사람 없기, 지나치게 그리운 것도 없기, 너무 오래 서운해하지 말기, 내 잣대로 타인을 재지 말기, 흑백논리로 선을 그어놓지 말기, 게으름 피우지 말고 걷기, 사람에 대하여 넘치지 말기, 내 것이 아닌 걸 바라지 말기, 얼굴에 검정색깔 올려놓지 말기, 미움의 가시랭이 뽑아서 부숴버리기, 그냥 예뻐하고 좋아해 주고 사랑하기, 한없이 착하고 순해지기
바람과 햇볕이 좋은 날 자주 걸을 것
마른 꽃에 슬어 논 햇살의 냄새를 맡을 것
그립다고 혼자 돌아서 울지는 말 것
삽상한 바람 일렁일 때 누군가에게 풍경 하나 보내줄 것
잘 있다고 카톡 몇 줄 보낼 것
늦은 비에 홀로 젖지 말 것
적막의 깃을 세우고 오래 걸을 것
-전문(p. 145)/ 수상시집 『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
* 심사위원: 문효치 김정임 이채민(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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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4-봄(93)호 <제16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에서
* 진란/ 1959년 전북 전주 출생, 2001년 계간『시하늘』에 「낙화」 발표에 이어, 2002년 계간『주변인과 詩』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혼자 노는 숲』『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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