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별의 방향을 읽다/ 이현서

검지 정숙자 2024. 5. 7. 01:33

<2023, 제16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中

 

    별의 방향을 읽다

 

    이현서

 

 

  검푸른 밤하늘, 모래를 뿌린 듯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

  꿈이었다 선명한

  푸른 별빛이 발아래로 쏟아졌다

 

  빠르게 이동하는 별자리들

  음계를 버린 지 오래인 나의 노래가 더듬거리며

  꾸역꾸역 눈물을 삼키던 전생을 빌려와

  별의 방향을 읽고 있다

 

  어떤 영혼의 간절함이 별을 낳았을까

  별 속에도 바람이 살고 있을까

  눈먼 새가 울고 있을까

 

  내 안의 습지에서

  천 년의 시간을 만지작거리던 바람이 피워내던

  구름 꽃의 비밀이 풀릴 것만 같은 머나먼 행성

 

  역류하는 꿈속

  당신이 두고 간 계절 사이

  붉은 패랭이꽃 속으로 들어간 빼곡한 울음들이

  가까스로 파란 정맥을 타고 흐른다

 

  일억 광년의 거리만큼 아득한 존재와 부재의 거리에서

  부르면 목이 메이는 이름들

  내 몸속에 오래 머물던 무수한 질문들이

  툭툭 어둠을 털어내고 있다

 

  아득한 고요의 바다 속

  시리디 시린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눈물 한 점, 투명한

    -전문(p. 121-122)/ 수상시집 『어제의 심장에 돋는 새파란 시간들』

 

   * 심사위원: 문효치  김정임  이채민(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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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4-봄(93)호 <제16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에서

 * 이현서(본명, 이명숙)/ 1958년 경북 청도 출생, 1996년 김경린 선생 추천으로 계간『문예한국』에서 신인상 수상,  2009년 계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구름무늬 경첩을 열다』『어제의 심장에 돋는 새파란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