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5월/ 강송숙

검지 정숙자 2024. 5. 6. 01:43

 

    5월

 

    강송숙

 

 

  노모는 꿈자리가 복잡하면 전화를 하신다

  조심하라는 말씀이지만 그 말씀으로 이미

  심란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원주발 먹구름이 통째로 몰려오겠군

 

  마당에서 놀던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아침부터

  시원치 않다 저런 모양새면 동물병원에 데려가도

  별 방법이 없다 늘어진 고양이를 담요에 말아 놓고

  나는 일을 보러 간다

  두 달도 살지 못한 고양이가 혼자 죽어가는 동안

  사람을 만나고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신다

 

  반나절 만에 돌아와 나는 상황을 수습하고

  남은 고양이와 어미는 죽은 참새를 가지고 논다

  저 빠른 망각이 부럽다

 

  그날 밤 멀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꿈을 꾸었는데

  혹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을까

  크게 서운하지 않았다

     -전문(p.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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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4-봄(93)호 <신작시 > 에서

 * 강송숙/ 2014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풍경을 건너가다 』『낯선 곳에서』『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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