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아이
한영수
햇빛을 탁발한다 짝눈을 깜박거리며
어둡다
말하지는 않는다
어디에도 편입되지 못한 바람이 온다
불에 스친 발바닥이 또 뜨거워진다
흰밥에도 흰 사골국물에도 입맛을 잃었다
노래는 단조로 바뀌고
앉아 있기가 어렵다
서 있기는 더 어려운
그런 때다 비현실적으로 용감해져서
현실을 횡단하는 거다
처음 늑대의 얼굴을 하고
빨래가 날리는 마당을 지난다
닫힌 문을 넘어
신호등 같은 건 상관없디
6차선 자동차 사이로 길은
길게 이어져 있고
달린다 달린다
달려버린다
이상하고
아름답게
발자국이 발자국을 지우며
발자국에 발자국이 겹치며
짝눈이 짝눈으로 짝눈을 짝눈에게
-전문(p. 43~44)/ 『시와반시』 2023-여름(124)호 p.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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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학회 『미래 서정』(제12호) 에서/ 2023. 12. 29. <서정시학> 펴냄
* 한영수/ 2010 년『서정시학』 여름호 신인상, 시집 『꽃의 좌표』『눈송이에 방을 들였다』『피어도 되겠습니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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