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오드아이/ 한영수

검지 정숙자 2024. 3. 11. 01:46

 

    오드아이

 

     한영수

 

 

  햇빛을 탁발한다 짝눈을 깜박거리며

  어둡다

 

  말하지는 않는다

 

  어디에도 편입되지 못한 바람이 온다

  불에 스친 발바닥이 또 뜨거워진다

 

  흰밥에도 흰 사골국물에도 입맛을 잃었다

  노래는 단조로 바뀌고

  앉아 있기가 어렵다

  서 있기는 더 어려운

 

  그런 때다 비현실적으로 용감해져서

  현실을 횡단하는 거다

  처음 늑대의 얼굴을 하고

 

  빨래가 날리는 마당을 지난다

  닫힌 문을 넘어

  신호등 같은 건 상관없디

  6차선 자동차 사이로 길은

  길게 이어져 있고

 

  달린다 달린다

  달려버린다

  이상하고

  아름답게

 

  발자국이 발자국을 지우며

  발자국에 발자국이 겹치며

 

  짝눈이 짝눈으로 짝눈을 짝눈에게

   -전문(p. 43~44)/ 『시와반시』 2023-여름(124)호 p.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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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회 『미래 서정』(제12호) 에서/ 2023. 12. 29. <서정시학> 펴냄

  * 한영수/ 2010 『서정시학』 여름호 신인상, 시집 『꽃의 좌표』『눈송이에 방을 들였다』『피어도 되겠습니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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