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빗소리 새장/ 주경림

검지 정숙자 2024. 3. 5. 01:45

 

    빗소리 새장

 

     주경림

 

 

  빗소리가 하늘에서 땅까지

 

  빈틈없이 금을 그어요

 

  주룩주룩 방음벽을 둘러쳐요

 

  한참을 빗소리에 갇혀 있다 보니

 

  비와 비 사이에 틈이 보였어요

 

  눈곱재기창으로 먹구름이 가득 밀려와요

 

  빗소리 듣는 마음은 들창으로 크게 열려

 

  먹구름을 타고 카시오페이아 별자리까지 날아요

 

  스르륵, 비와 비 사이에

 

  우주가 광활하게 펼쳐져요

     -전문(p.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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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가시회_현대향가 제6집『고대의 노래 현대의 노래』에서/ 2023. 12. 20. <문예바다> 펴냄

* 주경림/ 서울 출생, 1992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씨줄과 날줄『눈잣나무『풀꽃우주』『뻐꾸기창』『법구경에서 꽃을 따다』(e북), 시선집 무너짐 혹은 어울림『비비추의 사랑편지』, <유유> <현대향가>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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