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한생
찰나의 행복
고영섭
벚꽃 터널 아래 서면 황홀합니다
예닐곱 때 장독 뒤에 숨었다가는
술래 잡던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스무 살 때 전우를 만나기도 하죠
벚꽃 화엄 아래 서면 극락입니다
서른 해 전 이웃을 만나기도 하고
마흔 해 전 동료를 만나기도 하고
쉰 해 전 벗들을 만나기도 하죠
아아, 눈꽃 가득 피운 나무 아래 서면
또 한 생이 찰나처럼 흘러갑니다.
-전문(p.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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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가시회_현대향가 제6집『고대의 노래 현대의 노래』에서/ 2023. 12. 20. <문예바다> 펴냄
* 고영섭/ 1989년『시혁명』 & 1995년『시천지』로 작품 활동 시작, 1998~1999년 월간『문학과창작』추천완료, 2016년『시와세계』로 문학평론 부문 등단, 시집『몸이라는 화두』『흐르는 물의 선정』『황금똥에 대한 삼매』『바람과 달빛 아래 흘러간 시』『사랑의 지도』, 평론집『한 젊은 문학자의 초상』,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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