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小暑
노승은
여름은 크거나 작거나
한 칸 방은
무중력의 세계
땀도 흐르지 않고
겨울도 없어서
무섭다
나는 내가 남긴 눈물
며칠째 뜨거운 감자를 먹고 있다
죽을 것 같아,
칠흑의 밤바다를
차가운 컵을
혀에 받아둔 첫눈을
퇴고 없는 시들을
불러낸다
소나기가 내려야 하는데
당신에게 건네줄 몇 개의 계절이 젖어내려도
찢어지는 대로
나부끼는 대로
살아남겠다고 다정한 인사를 해야 하는데
나는 약속장소에 나가는 대신
오늘의 날씨 속으로 도망치고 있다
-전문(p. 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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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학회 『미래 서정』(제12호) 에서/ 2023. 12. 29. <서정시학> 펴냄
* 노승은/ 2005년『서정시학』 겨울호 신인상, 시집 『나는 꾸부정한 숫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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