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의 계절
이화은
오늘이 그날인 듯
한꺼번에 꽃이 무너져 내린
나를 밟고 가라
떨어져 누운 꽃잎 꽃잎 꽃잎
신의 얼굴을 밟아야 하나
살아야 하나
시간의 칼날이 목을 겨눈다
순교와 배교 사이를 왕래하는 동안
벚나무 아래로 또 한봄이 간다
-전문(p.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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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한국시인협회사화집 『시와 종교』에서/ 2023. 12. 22. <신아출판사> 펴냄
* 이화은/ 1991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절정을 복사하다』『미간』『절반의 입술』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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