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노래
정선희
너와 나 사이에 물이 흐르고 있구나*
몇 겁의 세월을 흘러온 것일까
눈앞이 아득해지고
수평선과 하늘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어디선가 노 젓는 소리 들린다
오래 전 이별이
미간에 흐릿한 물길을 새겼다
얼굴도 모르는 얼굴이 그리웠다
떠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싶은 것도
강가에 서면 저편이 그리운 것도
사연은 잊었지만 감정이 남아 있다는
너와 나 사이에 물이 흐르고 있었네
어떤 사연을 뒤로 하고 너를 떠나온 것일까
해가 지는 강가를 거닐 때마다
물결이 완성하는 이 그림자는
누가 물길 같은 노래에 구성진 사연을 입혔을까
빈 배에 빈 가락 한 가득 실어놓고
물길이 닿는 곳을 상상한다
내가 살았던, 저 끝
-전문(p. 94-95)
* 삼도천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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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결』 2024-봄(창간)호 <신작 마당/ 시>에서
* 정선희/ 2012년 『문학과의식』 & 2013년⟪강원일보⟫로 등단, 시집『푸른 빛이 걸어왔다』 외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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