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전생의 노래/ 정선희

검지 정숙자 2024. 3. 10. 02:09

 

    전생의 노래

 

     정선희

 

 

  너와 나 사이에 물이 흐르고 있구나*

  몇 겁의 세월을 흘러온 것일까

 

  눈앞이 아득해지고

  수평선과 하늘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어디선가 노 젓는 소리 들린다

 

  오래 전 이별이

  미간에 흐릿한 물길을 새겼다

  얼굴도 모르는 얼굴이 그리웠다

 

  떠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싶은 것도

  강가에 서면 저편이 그리운 것도

  사연은 잊었지만 감정이 남아 있다는

 

  너와 나 사이에 물이 흐르고 있었네

  어떤 사연을 뒤로 하고 너를 떠나온 것일까

  해가 지는 강가를 거닐 때마다

  물결이 완성하는 이 그림자는

 

  누가 물길 같은 노래에 구성진 사연을 입혔을까

 

  빈 배에 빈 가락 한 가득 실어놓고

  물길이 닿는 곳을 상상한다

  내가 살았던, 저 끝

      -전문(p. 94-95)

 

    * 삼도천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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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결』 2024-봄(창간)호 <신작 마당/ 시>에서

  * 정선희/ 2012년 『문학과의식』 & 2013년강원일보로 등단, 시집『푸른 빛이 걸어왔다』 외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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