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복국/ 염창권

검지 정숙자 2024. 3. 11. 01:24

 

    복국

 

    염창권

 

 

  그가 서 있다,

  그 옆의 개가 함께 짖어준다

  집 나온 개처럼 나는 그를 쳐다본다

  적어도 그는 나보다 외롭지는 않겠지

 

  속을 좀 풀어볼까, 그 골목을 돌았다

  나는 개를 동반한 적이 없다,

  어딜 가도

  노포를 찾지 못하고 다시 그 집 앞이다

 

  그는 가고 없는 채로

  내 안에서 머물렀다

 

  골목은 막 개복을 한 내장같이 추지다

  짧아진 내 그림자가 빈 그릇에 담긴다

 

  개가 그를 끌었거나, 그 역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탕일지도 모르겠다,

  숱한 나는

  국물이 나를 먹일 때, 허기라는 개가 있다.

    -전문(p. 114-115)

  -----------------

  * 『시결』 2024-봄(창간)호 <신작마당/ 시조>에서

  * 염창권/ 1990년 ⟪동아일보⟫로 시 부문 & 1996년 ⟪서울신문⟫으로 시 부문 등단, 시집『한밤의 우편취급소』『오후의 시차』외, 평론집『존재의 기척』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