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국
염창권
그가 서 있다,
그 옆의 개가 함께 짖어준다
집 나온 개처럼 나는 그를 쳐다본다
적어도 그는 나보다 외롭지는 않겠지
속을 좀 풀어볼까, 그 골목을 돌았다
나는 개를 동반한 적이 없다,
어딜 가도
노포를 찾지 못하고 다시 그 집 앞이다
그는 가고 없는 채로
내 안에서 머물렀다
골목은 막 개복을 한 내장같이 추지다
짧아진 내 그림자가 빈 그릇에 담긴다
개가 그를 끌었거나, 그 역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탕일지도 모르겠다,
숱한 나는
국물이 나를 먹일 때, 허기라는 개가 있다.
-전문(p. 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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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결』 2024-봄(창간)호 <신작마당/ 시조>에서
* 염창권/ 1990년 ⟪동아일보⟫로 시 부문 & 1996년 ⟪서울신문⟫으로 시 부문 등단, 시집『한밤의 우편취급소』『오후의 시차』외, 평론집『존재의 기척』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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