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연민/ 송재학

검지 정숙자 2024. 3. 9. 01:37

 

    연민

 

    송재학

 

 

  어떤 흐린 날

  해안은 바다를 향해 뛰어들고 있다

  이름이 생긴 구부러진 손가락이

  하염없이 짚어가면서

  방파제 끝까지 걸어가는 길

 

  바다 안개가 통점을 잘 에워싸는 중이다

  때로 파도가 부서지는 곳

 

  불빛이 직렬로 켜지면서 지평선이라는 넓이를 채운다 해수면을 응시하는 마음 중에 내 휘파람이 가장 쓸쓸하다는 독백을 들었다

 

  또한 연민이 바다의 기울기를 결정한다 오늘의 햇빛은 어제의 흐림처럼 해수면에서 입때껏 머물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기억처럼 섬 하나가 둥실 떠 있다

  심해에서 올라왔기에 내 얼굴과 닮았다

     -전문(p. 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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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결』 2024-봄(창간)호 <신작 마당>에서

 * 송재학/ 1986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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