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정원 곽효환 내 앞에 있으나 등 들리고 먼 곳을 바라보는 사람에게서 하늘 아래 가장 먼 거리를 봅니다 붉게 빛나면서 점점 어둠에 잠기는 봄날 저녁 어두울수록 환하게 빛나는 목련꽃 그늘에 내 얼굴은 잠겨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멀고 깊은 심연 먼 곳을 바라보는 그 사람은 저 너머와 이곳을 잇는 열쇠 구멍인데 아람어를 모르는 나는 꽃그늘 아래 덩그러니 앉아 있습니다 그 사람이 몸을 돌려 손 내밀면 내 마음은 요동치며 피고 지고 피고 지는 꽃들의 정원이 되고 뇌우가 쏟아지는 평원이 되었다가 낙엽 지고 눈 쌓인 설원이 될 터인데 어느새 꽃잎을 다 떨군 목련 정원에서 먼 곳을 향해 우두커니 서 있는 목련 한 그루를 나는 마냥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