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名 노혜봉 캄캄할수록 가득 차 하늘꽃이라 불러본다 아버지 얼굴 흐릿해 불화살 맞은 해바라기꽃이라 부른다 멍들어 가슴에 새긴 혈흔, 도장꽃이라 써 본다 나 죽으면 불러줄 이 없는 그 이름 실컷 불러본다 하루아침 훌쩍 지구의 회전문이 열려져, 그 옛날 우주로 출타하신 이후, 아무도 아버지 성함 써 드린 일 없는 노용석盧龍錫, 그 이름, 문갑 서랍을 열고 상자 속에 고이 모셔 둔 아버지 상아도장을 꺼내, 오랜만에 문질러 본다 싸늘한 돋을새김에 소름 살아 오르듯 촉촉한 체온 시집와서 생신날 제삿날 까맣게 잊고 못 챙겨 드린 일 밀린 참회록 내리 써 놓으면 꽃도장으로 지워 주실까 곤히 잠들어 있는 어머니 눅눅한 그늘 곁 가족관계증명서에 아버지 검지손톱 담뱃진 맡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