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지고 박재두(1936-2004, 68세) 아홉 겹 성곽을 열고 열두 대문 빗장을 따고 바람같이 질러온 맨 마지막 섬돌 앞 뼈끝을 저미는 바람, 추워라, 봄도 추워라 용마루 기왓골을 타고 내리던 호령 소리 대들보 쩌렁쩌렁 흔들던 기침 소리 한 왕조 저문 산그늘 무릎까지 묻힌다. 다시, 눈을 닦고 보아라. 보이는가 칼 놀음. 번개 치던 칼 놀음에 흩어진 깃발 발길에 와서 걸리는 어지러운 뻐꾸기 울음. -전문(1981년) ▶일찍 개화한 현대성의 시조시인 박재두/ 사량도의 시인(부분)_유성호/ 문학평론가 전남 통영의 사량도 능양마을에는 「별이 있어서」라는 작품이 새겨진 박재두 시비가 서 있다. 뱀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의 사량도蛇梁島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