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품에 남은 나의 시

무저항주의자의 날개/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1. 5. 8. 17:01

 

    무저항주의자의 날개

 

    정숙자

 

 

  중심을 향할수록 중심에서 멀어진다

  구겨지고 찢기고 밀려난다

  숨소리 급한 물방울 하나 절벽으로 튀어오른다

  뭘까 까닭이 도대체

  샛강으로 냇물로 비척거린 발

  해저지도海底地圖 한 컷도 없이

  물어물어 수정궁 찾고자 했던

  그 집요가 죄가 됐을까

  꿈틀꿈틀 바다 가득 흩어지는 관절이 붉다

  체세포 살아있는 물방울 하나 하늘에 박힌 얼룩점 하나

  극점에 이르러서야

  클로즈업  클로즈업  줌인  줌인  

  천수천안관세음 구백구십구 번째 손과 구백구십구 번째 눈이

  켜켜 어둠을 건드렸을까

  홀로 자란 고요가 고독감 넘기는 아침

 

  하마터면 나, 고통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라고 여길 뻔했네

      -전문, 『문학마당』 2008-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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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꿈의 앤솔러지 『좋은시 2009』(269쪽)/ 2009. 3. 3 <도서출판 삶과꿈>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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