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품에 남은 나의 시

좌우명/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1. 5. 8. 17:14

 

     좌우명

 

     정숙자

 

 

   차 잎사귀 하나 커피 한 알갱이 넣지 않고

   맑은 물 끓여 마시고 싶은 날 있다

   향 맛 색깔도 없는

   씹을 것 녹일 것도 없는

   맹물, 따끈히 마시고 싶은 증후군 때때로 높다

   새로 1시 45분, 지금 밖에는 눈이 쌓인다

   우주의 숨결 탓일까

   술도 차도 국물도 아닌

   맹물, 맹하니 마시는 이 밤

   물의 뼈 우려낸

   ‘맑고 따뜻하게’가 맑고 따뜻하게

   핏줄로 뇌로 전방위로 꽂힌다

   물렁물렁 맹물 되는 법 눈 끔벅이는 법

   맹물, 마시며 솎는다 다듬는다 맹물 대낄이!! 

      -전문, 『정신과표현』 2009.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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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꿈의 앤솔러지 『좋은시 2010』(257쪽)/ 2010. 2. 15 <도서출판 삶과꿈>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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