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품에 남은 나의 시

정지비행/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1. 5. 8. 16:34

 

    정지비행

 

    정숙자

 

 

  풀어질까 떨어질까 비뚤어질까

  이미 꿴 단추에도 손이 간다

  덜렁대는 단추는 다시 달고 빠지려는 단추는 다시 채우고 탈 없는 단추는

  여전히 무사한가 어루만진다

  차례차례 단춧구멍엔 온갖 바람 드나든다

  청춘이 가고 사랑이 오고 행복도 잠시 꽂힌다

  변절과 배신 실망과 낙담 그보다 더 무서운 고독도 위풍당당 쳐들어온다

  전전반측 날밤도 많다

  하루하루가 한 사람 한 사람이 굽이굽이 기기묘묘 단춧구멍이다

  한 개 잘못 채우면 다른 단추까지 틀린다기에

  첫 단추뿐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단추도 첫 단추다,    여기려 한다

  저쪽 단추 이쪽으로 옮겨놓는 일

  그게 곧 생활이다

  삶이란 다만 그거다

  기대했던 숙달도 뾰족한 태양도 없이

  낄낄낄 새 단추가 생겨날 따름

  죽음이라는 단춧구멍이 내 머리통 기다릴 따름

     -전문, 『시현실』 2007-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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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꿈의 앤솔러지 『좋은시 2008』(258쪽)/ 2008. 4. 10 <도서출판 삶과꿈>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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