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산조수어(山鳥水魚)/ 장덕천

검지 정숙자 2023. 1. 21. 14:28

 

    산조수어山鳥水魚

 

    장덕천

      저는 몸 상태가 벌레먹은 낙엽 같아 요양원을 알아봤으나 여의치 않아

조그만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여기에 오시는 분들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써서 메일로 보내고

짐을 정리히고 있습니다.

시력이 많이 떨어졌어도 컴퓨터와 일기처럼 습작하는

즐거움으로 그냥 행복해요.

       장덕천 올림

 

  머무를 때와 떠날 때를 알아야 한다

  30여 년간 대전 시민의 정서 함양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개방한 글사랑 놋다리집을 떠난다.

 

  내 생각과 취향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꽃과 나무와 호수와 달과 사계四季

  즐거움을 지키고 책임질 수 없다면

  막막한 절벽에 부딪치는

  생애生涯를 내려놓는 최선의 선택이다.

  

  아름다운 어둠에

  풀벌레에게 적막을 내주고

  찾아오는 사람마다 시가 되는

  지난날들을 사랑한다.

 

  쓰고 떫고 맵고 달콤한 한세상 맛

  상황狀況 따라 살아지는

  유정무정의 잊혀가는 이름들.

 

  습작품 행간마다

  젖지 않을 만큼 슬픔을 남기며.

  고목이 삭풍에 우는 삼동에 떠난다.

 

  잠시 머물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눈처럼.

     -전문(p. 15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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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2-봄(173)호 <중견 80 · 90년대 시인 신작시> 에서

  * 장덕천/ 1997년『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사랑이 시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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