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멈춰 세우는
박재화
쓰레기장 뒤지다 인기척에 그대로 쏘아보는 배불룩 길고양이
뒷발 잃어 바퀴 단 채 앞발로 트랙을 휘젓는 어린 스피츠
한 뼘 우리에 깃털귀 세우고 한낮의 정물로 박힌 수리부엉이
윤슬에 그림자 드리우며 그윽히 호수를 저어가는 목이 긴 새
긴긴 밤 욱여넣고 돋을볕에 이슬방울 매단 거미줄 경전經典
배추흰나비 따라 조손祖孫이 손잡고 돌아 나오는 은근한 고샅길
지칠 줄 모르는 삭도索道 곁 롤러코스터를 들썩이는 아이들의 함성
풍선 달린 철조망 너머 하회탈로 기웃대는 심심한 보름달
-전문(p.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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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봄(173)호 <중견 80 · 90년대 시인 신작시> 에서
* 박재화/ 1984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비밀번호를 잊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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