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나를 멈춰 세우는/ 박재화

검지 정숙자 2023. 1. 21. 14:07

 

    나를 멈춰 세우는

 

    박재화

 

 

  쓰레기장 뒤지다 인기척에 그대로 쏘아보는 배불룩 길고양이

  뒷발 잃어 바퀴 단 채 앞발로 트랙을 휘젓는 어린 스피츠

  한 뼘 우리에 깃털귀 세우고 한낮의 정물로 박힌 수리부엉이

  윤슬에 그림자 드리우며 그윽히 호수를 저어가는 목이 긴 새

 

  긴긴 밤 욱여넣고 돋을볕에 이슬방울 매단 거미줄 경전經典

  배추흰나비 따라 조손祖孫이 손잡고 돌아 나오는 은근한 고샅길

  지칠 줄 모르는 삭도索道 곁 롤러코스터를 들썩이는 아이들의 함성

  풍선 달린 철조망 너머 하회탈로 기웃대는 심심한 보름달

    -전문(p.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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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2-봄(173)호 <중견 80 · 90년대 시인 신작시> 에서

  * 박재화/ 1984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비밀번호를 잊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