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
-신규호 대형에게
김용범
일상적으로 나는,
몇 개의 스팸메일을 지우고, 또 몇의 벗들에게 안부를 묻고,
또 몇 개의 부재중 통화를 지우고,
한 해에 한 번
연례적으로 연락처 전화 번호 중 이승을 떠난 지인知人들의
번호를 지운다.
그렇게 나의 한 해는 정리된다.
그러다 문득 시인 신규호.
나는 그 전화 번호를 남기기로 했다.
한동안 나는 그의 통화를 기다릴 것이다.
어느 날 문득 형의 전화가 하늬바람처럼 내게 걸려와
응답할 수 있게, 그 바람 소리에 내가 명랑한 목소리 응답하기 위해,
오늘 나의 체온은 36.7도
나는 오늘도 무사無事했다.
-전문(p.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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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봄(173)호 <원로 중진 시인 신작시> 에서
* 김용범/ 1974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마음의 빈터』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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