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르나, 새
신용목
끙, 고요가 무릎을 편다, 빈 논바닥
펄럭여 날지 못하고 가슴에 흙을 묻힌 짚불들에, 연기의 몸을 주는 저 노인
속탈의 불꽃을 선물하는 아버지
한 필, 광목 같은 연기에 슬쩍 목숨을 묶어놓았나
몸 속의 불꽃을 들여다보는 저녁이, 뒷모습을 토해놓는다
일몰이 마지막 손을 뻗어 건너편 산의 이마를 짚을 때
그 손바닥, 붉게 달군 손금들이 능선으로 누워 마을을 건너가고, 안녕하신가
산턱마다 무덤 무덤 무덤들, 시간이 디디고 간 발자국들
무거운 등을 뒤척여 연기의 이불을 덮는다
한때 어린 모였고 숙인 벼였고 날리는 짚불이었을
끄덕끄덕 연기에 몸을 주는, 아버지
-전문(p. 62-63)// 『다층』 2004-겨울(24)호 수록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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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3-겨울(100)호 <다층, 지령 100호 특집 시-100> 에서
* 신용목/ 200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아무날의 도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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