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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인연/ 정숙자

시와 인연 정숙자 우리는 흔히 숙명적 운명적 만남을 이야기한다. 그 숙명적 운명적 만남을 동시에 아우르는 말이 인연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숙명은 인(因)이고, 운명은 연(緣)이다. 여기서 의미 분할을 더하면 숙명은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결정되어져 버린 것을 뜻한다. 즉 출생지, 부모형제, 성별 등이 그 범주다. 반면 운명은 변화가 가능한 기류이다. 친구, 연인, 이웃, 행복, 불행 등등 출생 이후의 모든 만남과 헤어짐이 그 계열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한 편의 시를 읽는 것도 인연이요, 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의 인연이다. 숙명 앞에서는 의지가 무효이지만, 운명의 도움으로 우리는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운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