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옻나무 저 혼자 붉어 송은숙 지난봄 숲을 지나온 뒤 우리는 개옻나무의 덫에 걸렸다 혀 밑에 감추어 둔 맹독의 세침에 팔뚝에 붉은 물집이 잡히고 심장의 안쪽이 미친 듯이 가려워질 때 우리는 한숨을 쉬며 저주를 퍼붓고 옻의 귀는 확대경이 불씨를 모으듯 말의 씨앗을 모아 두었다 맨발의 파발꾼이 다급하게 전하는 어떤 밀서를 받았는지 개옻나무 혼자 붉다 벌린 입으로 숨겨 둔 말이 발아하고 수많은 혀가 발화發火한다 발화점을 넘은 말의 덩어리들이 개옻나무에 걸려 있다 독설의 덫에 개옻나무 온몸이 가렵다 아직 엽록에 잠겨 있는 관목 숲 금기의 신목神木인 양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다 개옻나무 저 혼자 붉다 저 혼자 발화發話한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멈춰 선 시인, "개옻나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