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약한 생명들이/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7. 28. 07:44

 

 

    약한 생명들이

 

     정숙자

 

 

  이렇게도 겨울이

  어둡고 쓸쓸한 까닭은

  이슬, 꽃, 나비……

  이렇게 작은 생명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랍니다

 

  그들이 우리 곁에

  소리 없이 날며 반짝거릴 때

  온 누리는 매일매일

  명절처럼 풍성했지요

 

  옥수수밭엔 풍뎅이가,

  나뭇가지엔 거미줄이,

  언덕에는 제비꽃이,

 

  이 세상이 참으로

  아름답게 되려면

  그처럼 약한 생명들이

  한껏 빛을

  발할 수 있어야 한답니다

 

  새 봄이 그렇게도

  곱고 포근한 까닭은

  이슬, 꽃, 나비……

  그토록 조그마한 생명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랍니다.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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