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쓸쓸해질 때/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7. 22. 01:19

 

 

     쓸쓸해질 때

 

      정숙자

 

 

  명도 높은 말씨보다는

  담담한 진실

  지닌 한 사람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문득문득

  삶이 괴로워질 때

  그래서 갈꽃처럼 쓸쓸해질 때

 

  머언 곳으로

  머언 곳으로

  함께 날 수 있는 그러한 사람

 

  덜컹대는 바람에 눈이 섞일 때

  유리문에 달 떴을 때

  게다가 희망이 매를 맞을 때

 

  구름 위로 사다리 세울 수 있는

  늪에 빠진 여의주도 찾을 수 있는

 

  그러한 사람 마주 앉아서

  찻잔을 비웠으면

  참 좋겠다

 

  오늘처럼 희망이 매를 맞을 때,

  그래서 노을 속에 눈물이 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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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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