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침묵과도 같은/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7. 22. 01:15

 

 

 

 

    침묵과도 같은

 

     정숙자

 

 

  어느 하루

  아름다운 스토리를 위하여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하루

  슬픈 역사를 추억하기 위하여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삶의 종국이

  희극이거나 비극이거나

  그런 건 너무나도 환상적입니다

 

  우리가 오늘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까닭은

  더 슬퍼질지도 모르는 내일을 위해

  작은 수건 마련하는

  침묵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울음을 참고 어렵스레 웃는 까닭도

  더 울게 될지 모르는 내일을 위해

  작은 희망 감싸안는

  기도와도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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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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