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도 같은
정숙자
어느 하루
아름다운 스토리를 위하여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하루
슬픈 역사를 추억하기 위하여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삶의 종국이
희극이거나 비극이거나
그런 건 너무나도 환상적입니다
우리가 오늘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까닭은
더 슬퍼질지도 모르는 내일을 위해
작은 수건 마련하는
침묵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울음을 참고 어렵스레 웃는 까닭도
더 울게 될지 모르는 내일을 위해
작은 희망 감싸안는
기도와도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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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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