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양주(楊州)에 와서/ 김년균

검지 정숙자 2012. 7. 1. 00:46

 

 

     양주(楊州)에 와서

 

       김년균

 

 

  시골에 왔다

  바람과 새들도 숨죽이는 고요한 마을,

  양주골 백석으로 삶의 둥지를 옮겼다

  따지면 지척인데 길을 너무 헤맸다

 

  빗물과 먼지에 찌든 빛바랜 옷을 벗고,

  가슴에 첩첩한 욕심도 시원히 풀어놓고,

  산과 들, 숲이 늘어진 자연 속으로

  돌아왔다 기어이, 장수처럼 용기를 내어

 

  얼마나 다행한 일이랴

  집만 나서면 파랗게 열린 창공을 따라

  따스한 햇살, 해맑은 공기, 억수로 쏟아지니

  이보다 즐거운 일이 또 있으랴

 

  시도 때도 없이 시꺼먼 연기만 내뿜으며

  성한 사람들의 심장을 뚫고 지나던

  총칼처럼 두렵던 차들은 종적을 감추고,

  하릴없이 떠도는 바람난 사람들도

  여기에선 왠지 만날 수 없다

 

  산자락 휘두른 오롯한 들녘에서 논밭을 가는

  농부들과 풀을 뜯는 염소들의 순한 모습이

  밀레의 그림처럼 가없이 평화롭다

  이 정겹고 신기한 정경을 내다보며

  지치고 멍든 마음을 치유한다

 

  왜 그리도 미련했던가 

  왜 그리도 허황했던가

  아까운 세월을 무던히도 헛되게 보내며

  서툴게만 살아온 일들이 후회로 굽이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이제야 분별한다

 

  이만큼 고단한 길을 걸어왔으니,

  어릴 적 세 살 난 철부지로 되돌아가

  외롭더라도, 밤이면 홀로 하늘가에 눕더라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

  다시는 후회하지 않도록.

 

 

   *『월간문학』202-4월호

   * 김년균/ 전북 김제 출생, 1972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능소화/ 김명서  (0) 2012.07.20
망종/ 채선  (0) 2012.07.18
어느 날의 A형 놀이/ 신달자  (0) 2012.06.16
고래 사냥/ 강상기  (0) 2012.06.10
막후/ 정채원  (0) 201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