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이현승_『계간 파란』2021년 봄호 권두 에세이(발췌)

검지 정숙자 2021. 3. 27. 11:47

  <권두 essay / 『계간 파란』 2021년 봄호>  

 

    아, 복수는 나의 것(발췌)

 

     이현승

 

 

  복수나 복수심을 모티프로 하는 시를 쓰고 싶은데 잘 안 된다. 복수는 단순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것이 아니고 형편껏 눈에 이, 이에 눈 같은 것도 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나은 방향의 복수이다. 복수가 되갚는 것이라면 그것은 무언가 능가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극기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복수 중의 복수이다. '반드시 갚는다'는 나의 신조 중의 신조이다. 오죽했으면 나는 복수심 때문에 볼테르의 책을 몽땅 사고 작품을 찾아 읽을 정도였다. 볼테르는 복수심이 강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이런 문장 하나가 볼테르에게 흥미를 가지게 했다. 볼테르를 흠모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이없겠지만, 나는 볼테르에게서 나와 거의 일치하는 형질의 복수심을 봤다. 나는 만상을 이해할 때 그 반대편의 것을 은연중에 맞춰 보는 편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볼테르를 관용이라는 키워드로 이해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관용은 최고의 복수이다. (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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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2021-봄호 <권두 essay>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