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어떻게 미래를 만들고 있는가
▣ 이른바 우리 시대를에 일반화된 '혐오'가 단순히 정치적 갈등이나 세대 차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감정 소모에 지나지는 않을까. 여기에는 인본주의 사회로부터 물본주의 사회로 이행해 가면서 발생한 근본적인 관계 양식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보다 기계와 더 많이 교제하며, 앞으로의 세대는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격의 실감은 차츰 희박해져 가고 있을 뿐더러 인격의 가치를 역설하는 사상가 또한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특별한 고뇌 없이 증언할 수 있는 우리 시대에 대한 일반론이다.(p-86)/ 박동억>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라는 이 아무것도 아닌, 오직 형식에 불과한 무엇이 소중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실행해야만 한다. 언어적 실험을 통해 계속해서 언어를 재창안하고, 그렇게 창안된 언어를 다시금 재의미화 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오직 얻을 수 있을 뿐이며,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실험이 '시'라는 것의 고유성을 명징하게 밝혀주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시를 향한 우리의 손짓과 모든 시행착오들은 실패로 끝날 것이며, 그것은 단지 반복충동에 불과할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반복된 실패들은 적어도 '시'라는 것의 주변을 돌고 있을 것이다. (p-114)/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 10년, 20년 후의 미래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파국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미래를 향한 기투에 몰두해온 이전과 같은 문학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도 당연하다. 문학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오래된 관행과 결별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p-100)/ 안지영>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저서 『천사의 허무주의』외, 역서 『부흥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공저)
------------------
* 『포지션』 2021-봄(33)호 <POSITION · 3/ 특집_시는 어떻게 미래를 만들고 있는가> 에서
'한 줄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을 하는 이유(발췌)/ 신규호 (0) | 2021.04.21 |
---|---|
오민석_『몸-주체와 상처받음의 윤리』/ 109, 223, 363쪽 읽기 (0) | 2021.04.20 |
6 · 25 전쟁과 공군입대(발췌)/ 현승종 (0) | 2021.04.13 |
이현승_『계간 파란』2021년 봄호 권두 에세이(발췌) (0) | 2021.03.27 |
피렌체의 역설/ 곽병찬 (0) | 2021.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