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정숙자
넘겨도, 넘겨도 나오지 않는 게 있다
무엇이 빠져 밍밍한 걸까
스무 권 서른 권… 백 권을 펼쳐도 보이지 않는다
번쩍 찔리는 거
풍덩 빠뜨리는 거
찰싹 갈기는 거
쿵쿵쿵 스며드는 거
쨍그랑 정수리 까부수는 거
그런 거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거, 그 좋은 거 언제 다 해치웠단 말인가
왜 이렇게 목숨 건 진검(眞劍)이 안 보인단 말인가
언제 이렇게 다들 영웅이 되었단 말인가
명쾌한 사유, 진지한 인식, 서늘한 해학, 향긋한 일갈
푸른-끓는-둥근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왜 이렇게 다들 시를 잘 쓴단 말인가
*『문학과창작』2012-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