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춘추전국시대

검지 정숙자 2012. 3. 1. 14:38

 

 

    춘추전국시대

 

      정숙자

 

 

  넘겨도, 넘겨도 나오지 않는 게 있다

  무엇이 빠져 밍밍한 걸까

  스무 권 서른 권… 백 권을 펼쳐도 보이지 않는다

  번쩍 찔리는 거

  풍덩 빠뜨리는 거

  찰싹 갈기는 거

  쿵쿵쿵 스며드는 거

  쨍그랑 정수리 까부수는 거

  그런 거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거, 그 좋은 거 언제 다 해치웠단 말인가

 

  왜 이렇게 목숨 건 진검(眞劍)이 안 보인단 말인가

 

  언제 이렇게 다들 영웅이 되었단 말인가

 

  명쾌한 사유, 진지한 인식, 서늘한 해학, 향긋한 일갈

  푸른-끓는-둥근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왜 이렇게 다들 시를 잘 쓴단 말인가

 

 

   *『문학과창작』2012-봄호

'그룹명 > 나의 근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에선 지구전이다  (0) 2012.03.04
동작대교 노을카페  (0) 2012.03.01
지음  (0) 2012.01.23
차원이동 대기자  (0) 2012.01.12
휘청거리는 강  (0) 201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