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동작대교 노을카페

검지 정숙자 2012. 3. 1. 14:46

 

 

      동작대교 노을카페

 

       정숙자

 

 

  바람은 물보다 많은 것들을 씻어준다

  커피 한잔 놔두고 바라보는 야경

  별 틈에 매단 스피커에선 힙합풍의 노래가 꼬리를 문다

  펄럭펄럭 치맛자락 부풀리는 마파람이 잡다한 근심들을 맑

게-맑게 다독거려 어딘가로 데리고 간다

 

  바람은 일체개고의 시작이며 진행이며 결말

  뛰게 하고 황홀케 하고

  비틀거나 뒤집거나 돌려놓는다

  바람이 넘지 못할 산이란 없다. 아니다-바람이 넘기지 못할

산이란 없다. 아니다, 아니다-바람이 세우지 못할 산이란 없다

  이 세상 어떤 굴곡도 바람의 산물이리니,

 

  바람은 물보다 많은 것들을 실어 나른다

  빌딩들, 차량들, 가로등들

  억만 년 기억하는 한가람 깊은 물살이 속도감 드러내지 않고

흐른다

  행선지 비밀에 붙인 바람이야 신의 발이다. 아니다-신의 길이

다. 아니다, 아니다-끝까지 풀어도 끝날 리 없는 우리의 신의 삶

이다

 

 

 *『문학과창작』2012-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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