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대교 노을카페
정숙자
바람은 물보다 많은 것들을 씻어준다
커피 한잔 놔두고 바라보는 야경
별 틈에 매단 스피커에선 힙합풍의 노래가 꼬리를 문다
펄럭펄럭 치맛자락 부풀리는 마파람이 잡다한 근심들을 맑
게-맑게 다독거려 어딘가로 데리고 간다
바람은 일체개고의 시작이며 진행이며 결말
뛰게 하고 황홀케 하고
비틀거나 뒤집거나 돌려놓는다
바람이 넘지 못할 산이란 없다. 아니다-바람이 넘기지 못할
산이란 없다. 아니다, 아니다-바람이 세우지 못할 산이란 없다
이 세상 어떤 굴곡도 바람의 산물이리니,
바람은 물보다 많은 것들을 실어 나른다
빌딩들, 차량들, 가로등들
억만 년 기억하는 한가람 깊은 물살이 속도감 드러내지 않고
흐른다
행선지 비밀에 붙인 바람이야 신의 발이다. 아니다-신의 길이
다. 아니다, 아니다-끝까지 풀어도 끝날 리 없는 우리의 신의 삶
이다
*『문학과창작』2012-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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