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꽃의 탄생/ 윤의섭

검지 정숙자 2012. 2. 19. 09:04

 

 

    꽃의 탄생

 

      윤의섭

 

 

  불면이란 밤새 벽을 쌓는 일이다

  감금, 꺼지지 않는 가로등처럼 뜬 눈으로 견디는

  밤과 새벽 사이의 생매장

  길 잃은 바람이 어제의 그 바람이 같은 자리를 배회하고

  고양이 울음은 있는 힘을 다해 어둠을 찢는다

  이 터널은 출구가 없다

 

  어떤 기다림은 질병이다

  간절한 소식은 끝내 오지 않거나 이미 왔다 가버리는 것

 

  그러니 너는 얼마나 아름답단 말인가

 

  머리를 남쪽으로 두고서야 겨우 잠이 든다

  어떤 묘혈은 땅 속을 흘러다닌다는데

  머리맡에 꽃향기가 묻어 있다

  첫 매화가 피었다고 한다

 

 

  *『애지』2012-봄호 <애지의 시인들>에서

  * 윤의섭/ 경기 시흥 출생, 1994년『문학과사회』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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