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작>
징
조경선
멍석을 만드는 아버지 손은
언제나 점에서 시작합니다
점은 빙빙 돌아
지푸라기로 풀려 나갑니다
물 한 모금 입에 물어
볏집에 확, 뿜으면
볏집은 스스로 숨을 죽이고
외길 마디마디
멍석의 눈이 됩니다
한평생
양손 비벼 날실 새끼줄 꼬면
손에 땀이 말라 손가락 지문이 닳고
멍석의 씨실 바퀴는 여덟팔자로
칠십 줄이 새겨집니다
오늘밤 아버지의
멍석 위에 누워봅니다
닳아버린 지문이 울먹울먹 여울지며
내 가슴을 휘감아 돕니다
*『포엠포엠』2012-봄호/ 제1회 신인작품공모 당선작 5편 중 하나
* 조경선/ 1961년 경기도 고양시 출생,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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