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가 있는 골목
황상순
의자에 앉는 것과
의자에 앉지 않는 것으로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으로 구분한다
맞는 이론이다
아득한 초원을 질주하는 들소 떼
나는 진즉 사람으로 구분되었으므로
태초에 의자를 만든 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평생을 서서 먹이를 구하던 차 씨
의자에 앉아서 종일토록 택시를 몬다
어디로 모실까요
날씨 많이 추워졌지요
사람 아니었던 시절 까맣게 잊었으니
차 기사, 참 사람 좋은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외진 골목길에
두 팔로 땅을 짚고 선
엉덩이 터진 의자 하나 길을 막고 있다
다 왔습니다, 그만 내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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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2020-2월호 <신작시 # 2> 에서
* 황상순/ 1999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오래된 약속』『비둘기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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